2001년에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병특으로 입사했다. 그 전에 여러 군데 면접을 봤었는데, 처음 면접본 곳이 영화 홍보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였다. 나를 포함한 4명이 식당에서 사장하고 밥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면서 면접을 봤다. 그 회사 사장이 내 옆에 있는 지원자한테 할 줄 아는게 뭐냐고 물었다. 그 친구 왈 "오피스는 기본이구요. asp로 웹사이트 개발하고 sql server 로 DB 만들 줄 압니다." 라고 대답했다. 오피스? asp? sql server?  당췌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자괴감을 느끼며..... 나름 IT 관련 용어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수만에 드디어 병특 회사에 합격! 히아호~ 
내가 컴퓨터를 사용해 본거라고는.... 학교 다닐 때 한글로 리포터 작성하고 출력한거, 자격증 따려고 비주얼베이직 1주일 공부한 거... 그게 다인데. 그 회사는 비주얼베이직 말고 파워빌더, 오라클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단다. 합격했을 땐 좋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사건는 입사 다음날 터졌다. 이차장이라는 분이 나를 찾더니, 바로 앞에 있는 컴퓨터를 가리키며 친절하게 "여기 드라이버 좀 깔게" 하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거기 드라이버는 깔아서 뭐하지?" 했다. 하튼 시키는 대로, 자신감 넘치게 드라이버를 찾아서 컴퓨터 밑에 깔았다. 순간 섬뜩한 게 나를 스쳤다. 나는 무언가 날카롭고 예리하며 살기 넘치는 빛이 나를 계속해서 비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차장님.... 아무말도 안하고. 약 10초간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왜 그러지? 내가 무슨 실수했나? 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좀 있다 그 차장님, 손에 CD 1장 가지고 나타나서는 친절하게 건네주신다. 그리고는 시디롬 오픈 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시며 "그거 여기 넣고 깔아~" 하신다.

나는 그 때까지도 상황 파악이 안됐다. 진짜다. 먼저 입사한 선배한테 그 얘기를 했다. 그 선배 내가 장난으로 그런 줄 알고 재밌어 죽을라고 한다. 내가 웃길려고 일부러 그랬던 것으로 아나 보다. 난 진지했었는데... 그 CD의 정체를 아는 순간 나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완전 왕 또라이 짓을 했구나! 나 내일 당장 짤리는거 아냐?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공포감에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죽으라고 열심히 해서 이 난국을 타개하고 말리라....
다음날 그 차장님,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신다.
하튼 나는 장난은 아니었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는데 위안을 삼으며, 거의 미친듯이 컴퓨터 공부했다. 컴퓨터에 완전 빠진거다. 뭐 그래서 어떻게 해서 회사생활에 잘 적응했다. 나중에 안 얘기인데, 그 차장님 .... 내가 장난으로 그런 줄 알았단다. 그런데 완전 썰렁해서... 어이가 없어서... 그랬단다.


이런 저도 공부해서 컴맹 탈출 성공했어요. 컴맹 여러분~ 힘내세요!

Posted by 신선봉(닉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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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해하는데20초 2011.12.22 2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이버가 그드라이버인지 설마설마하면서 시간이갔습니다 역시 사람은 믿고싶은것만을 믿는것 같습니다

  2. 강의잘보고있는사람 2012.08.23 1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이 뻥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이면 대박인데...

  3. 엠제이 2012.09.14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요.. 기계라는거는..아주 오래전 전표출력이나 몇번 해봤을 뿐 컴맹 중에 상 컴맹이거든요..근데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 다시 입사하게 되었어요......ㅎㅎㅎ 그런데 문제는 제가 전산실로 배치가 되었다는 점~~~~~~~~~ 낙하산이어서 부서는 상관없이 그냥 자리 마련해 준거인데..정말 이질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회사는 파워빌더..sap 뭐 이런거 하는데...뭐가 뭔지...파워빌더는 6.0버전을 쓰는데요 흠....큰 창에 맨위줄 그림만 한줄 있고 맨...영어로 되있는데..그게 뭔지도 모르겠고..하여간..인사 급여 업무를 본다고 하는데요 저보고 파워빌더 배워서 인사.급여 업무 공유하라고...허걱!!! 팀장님은 하루에 5시간씩 사무실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기초도 모르는 제가 책을 붙들고 있어도 보고..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려고도 해봤지만..정말 정말 정말 진짜 진짜...모르겠어요...외계어 같기만 하고..파워빌더 하려면 오라클 알아야 한다는데 사이클은 아는데 오라클은 모르겠기에....ㅠㅠ 너무너무 답답하고 자존심도 상하고..나이 먹고 이게 뭐하는건지...흠..흠...좀 길어졌네요...댓글쓰다가 흥분해서리..ㅋ 아무튼 여기서 열심히 배워보겠지만요..잘될지...ㅠㅠ 말이 좀 길었네요~~안녕히계세요~